입맛이 싸구려라 그런지 중국(?) 음식 중에서는 탕수육을 제일 좋아합니다. 회사 다닐 때 거래처 분들과 식사자리가 종종 있어 중국 코스 요리하는 곳에 가게 되면 탕수육이 안 나오는 곳은 왠지 모르게 아쉽고, 허전하고, 왠지 속은 거 같은 기분도 들고…. 뭐 암튼 그랬습니다. 어릴 때 어른들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 놓고, 짜장면 안사주고 스테이크 사주면 왠지 속은 듯한 느낌처럼….. 저만 그런가요?
얼마 전 탕수육과 꿔바로우에 대해 찹쌀을 재료로 사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탕수육과 꿔바로우를 구분한다는 내용을 보고 여기에 대해 좀 정리가 필요하겠다 싶어 유래와 뜻 차이점에 대해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먼저 뜻과 유래를 알면 자연스럽게 차이점이 드러날 거라 생각합니다.
탕수육(糖醋肉)
糖 – 엿(설탕) 탕
醋 – 초(식초) 수
肉 – 고기 육
사전적 의미는 탕수소스를 곁들인 고기라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糖水肉, 수자를 식초 초자 대신 물 수자를 쓰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무리 찾아봐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물 수자가 등록된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이 내용을 가지고도 탕을 전분으로 해석하고 수를 물수자를 써서, 전분물을 이용한 요리라고 해석하시는 분도 있던데, 탕수육은 중국에서 유래한 요리이고 중국에서의 어원을 찾아보자면,
중국어로는 탕추러우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탕추소스를 곁들인 요리로 탕추러우라고 불립니다. 중국요리의 경우
탕추러우 – 돼지고기를 이용
탕추리지 – 돼지고기 등심을 이용
탕추뉴러우 – 소고기를 이용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굳이 한자 표기까지는 쓰지 않겠습니다.)이 외에도 중국에는 탕수를 이용한 많은 요리들이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탕추러우로 불리는 요리와 한국의 탕수육은 그 형태와 맛이 좀 다르긴 하지만(중국 내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방법으로 요리되고 맛도 다릅니다.) 이 탕추러우에서 탕수육이 파생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산동 지방의 탕추리지와 우리나라의 탕수육이 형태와 맛이 가장 유사).
우리나라 탕수육의 경우 산동성 출신 화교들이 인천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에 힘입어 중국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탕수육도 짜장면, 짬뽕 등과 함께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꿔바로우 (鍋包肉,과포육)
鍋 – 냄비 과
包 – 감쌀 포, (꾸러미, 보자기, 보따리)
肉 – 고기 육
국어대사전에 보면(국어는 아니지만) 돼지고기에 감자 전분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것에 식초, 설탕, 간장 따위를 넣은 소스를 묻혀 볶아서 만든다고 되어있습니다.
중국요리에서 包(빠오)는 껍질로 내용물을 감싼 요리들에 주로 붙는 명칭입니다. 전분으로 고기를 감싸서 빠오를 쓰는 듯합니다. 중국에서 만두를 包子 빠오쯔라고 하는 걸 생각하신다면 이해가 쉬우실 듯 합니다.
꿔바로우는 중국 둥베이성 출신으로, 원류는 탕추러우(탕수육)로 보고 있으며, 청나라 시절 러시아 사절들을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지식백과에는 등심을 주로 사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중국 요리의 경우 사용하는 재료를 이름에 붙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 등심을 주로 이용한 요리였다면, 꿔바리지라고 불려야 하나, 꿔바로우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탕수육처럼 등심이 아닌 다른 부위(최근 탕수육은 대부분 전지나 후지를 사용합니다.)를 사용하던 것이 맛과 고급화를 위해 최근엔 등심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전지나 후지를 사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탕수육이 고기를 길쭉하게 자르는 것에 반해 꿔바로우는 대부분 고기를 넓게 얇게 포를 뜨듯이 자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탕수육과 꿔바로우의 차이
흔히들 말하는 것이, 탕수육과는 달리 꿔바로우는 전분과 찹쌀가루를 이용한다고 하는데, 최근 중국집이 아닌 탕수육 전문점이나 배달을 목적으로 하는 곳에서 탕수육을 만들 때, 단가 절감과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밀가루, 튀김가루, 팽창제 등을 넣어서 전분이 안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초기 탕수육은 감자전분, 고구마 전분, 옥수수 전분 등을 이용했습니다.
탕수육 전문점이 유행하면서 쫄깃한 맛을 위해 찹쌀가루를 섞은 찹쌀 탕수육이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탕수육, 꿔바로우 모두 전분을 이용해 튀기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스 역시 탕수육은 소스에 전분물을 넣어 걸쭉한데 비해, 꿔바로우 소스는 걸쭉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것도 주방장 마음이라 두 요리의 결정적 차이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두 요리 모두 간장 베이스, 케찹 베이스로 모두 만들어지고 있으니, 단지 소스만으로 차이를 구별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요리의 경우 탕수육은 값싼 요리, 꿔바로우는 고급 요리라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계시던데, 제 생각에는 딱히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료도 비슷하고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다만, 탕수육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이런저런 요리법이 나오고 단가 절감 차원에서 값싼 재료를 쓰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듯합니다.
그래서 차이가 뭐야라고 물어보신다면,
굳이 찾자면, 모양의 차이(길쭉하고 넓적하고)와 꿔바로우 소스에는 전분이 들어가지 않아서 소스가 걸쭉하지 않다 정도가 되겠습니다.(물론 전분을 넣어서 걸쭉하게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재료상의 차이는 크게 없었으나, 얼마 전부터 탕수육에 전분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늘다보니, 이런 오해가 생긴 듯 합니다. 아직도 많은 중국집에서는 전분을 이용해 탕수육을 만듭니다. 전분의 비율과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전 개인적으로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탕수육을 가장 좋아합니다. tmi.
그러니까,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분가루 유무와 찹쌀가루 유무에 따라 탕수육과 꿔바로우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좀 엇나간 결론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따지고 들어가면 끝도 없으므로, 모양이 다르다 정도와 탕수육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우리 문화와 식성에 맞게 여러 번의 변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면, 꿔바로우는 출신지인 둥베이성의 원형을 아직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정도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물론 꿔바로우 자체도 둥베이성에서는 여러 형태(소스 점도, 소스 종류)로 나뉘어 요리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고향인 피자가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재료를 이용해서 여러 방식으로 요리되는 것처럼 탕수육과 꿔바로우도 그런 의미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피자도 이탈리아 정통 피자라고해서 이탈리아 방식으로 판매되는 것처럼)
음식이란 것이 김치찌개에도 참치가 들어가기도, 고기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걸 굳이 정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워낙 잘못된 정보들이(탕수육에는 전분이 안 들어간다는 등의) 돌아다니는 듯 해서, 포스팅을 해봤습니다.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맛있게 먹으면 될 듯 합니다.